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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21세기 터키의 경제정책: 에르도아노믹스 (Erdoganomics)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11. 26.

2021년, 터키 리라화가 거듭 대폭락을 보이며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이슈의 중심에는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내각(2014년 이후 행정부)이 주도한 경제정책인 에르도아노믹스 (Erdoganomics)를 통해 터키를 경제위기의 수렁에서 구하고, 신흥국으로 발전시킨 영웅으로 평가됩니다. 동시에, 최근 3년간의 연이은 환율폭락과 새로운 터키 경제위기의 원흉이라고 비난받고 있습니다. 과연 이 에르도아노믹스 정책은 무엇일까요?

 

에르도아노믹스: 신흥국 터키로의 도약

이스탄불광역시장 출신의 에르도안이 2003년 터키 총리로 취임한 이래, 터키의 경제는 눈부신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IMF 구제금융을 받고, 매년 50%~80% 이상에 달하던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터키 경제는 단숨에 바로 잡혔습니다. 2004년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9%대로 크게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민생경제가 안정화되며 에르도안 내각은 열렬한 지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터키의 EU가입 논의를 다룬 2004년 터키 언론 Hurriyet 신문 보도

에르도아노믹스의 핵심 정책은 바로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것입니다. 대형 외국인직접투자를 통해 건설경기를 일으키고 대형 인프라 마련에 적극적으로 힘썼습니다. 이후 터키는 연평균 8%대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소위 '신흥국'으로 도약하게 됩니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은 터키는, 국제외교무대에서도 '인싸'로 활약하며 중동·유럽 문제의 중재자로서 활약하기 시작했습니다. 터키의 EU가입도 이때를 기점으로 활발하게 논의되었구요.

 

또한 경제발전을 통한 지지율로 에르도안 내각의 입지가 강화되었고, 본 내각이 터키의 군부세력을 크게 위축시키면서 터키 내부의 정치상황도 크게 안정화되었습니다. 이것은 외국자본을 유입시키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각종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도 생겨나며 보다 공격적으로 외국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3개 대륙을 잇는 지리적 이점과 당시 6,500만 명(현재 약 8,000만 명)의 인구라는 터키의 잠재력이 드디어 실현되는 것 같았습니다. 

 

에르도아노믹스의 부작용, 악화되는 경제

에르도아노믹스 정책은 외국인투자를 통해 터키 경제를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부정적인 결과도 초래하였는데요. 이는 궁극적으로 2018년부터 이어진 3년 간의 환율붕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외화들이 터키에서 유출되고 있으며, 터키 국민들도 리라화가 아닌 외화·금·가상화폐 등 다른 자산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에르도아노믹스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는 여타 신흥국에서 발생하는 '신흥국의 원죄 (Original Sin)'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신흥국들은 2008년 국제 금융위기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 같은 매 글로벌 위기마다 대량의 외화자본이 유출되고 자국 화폐 환율이 크게 변동된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터키 역시 국제적 금융위기와 2016년 터키 쿠데타 시도 등에 영향을 받았으나, 금세 회복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터키는 연이은 환율 폭락을 겪고 있으며, 이는 신흥국들 중 아르헨티나 등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잘 보이지 않는 현상입니다.

 

터키는 매년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에르도아노믹스 하 대량의 외국인직접투자로 그 적자를 메꾸는 방식을 유지해 왔습니다. 즉 외국인투자에 극도로 의존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터키는 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자체 제조업 육성과 수출 증진에 매진하고 있으며, 일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도엔 최대 수출액 달성이 기록되며, 또다시 에르도아노믹스의 알고리즘대로 국가의 체급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국인투자와 외화보유가 급감한 상태에서 그 근본 구조와 리라 폭락 등의 부작용들을 개혁할 수 있을까요?

 

에르도안 집권 이후 터키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및 환율변동 차트 (출처: KBC Economics)

 

현재 외국인직접투자와 관련하여 터키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신뢰'가 깨져버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안정화된 모습과 경제성장이란 결과를 보여줬던 터키는, 이제 권위주의적 정부의 과도한 경제정책 개입과 팽창주의식 외교정책이라는 막대한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美·유럽과의 갈등 등 독단적인 외교노선을 보이며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데, 매번 핫머니(Hot Money)는 줄어들고 리라화 폭락이 따르고 있습니다.

 

더욱이, 인근 국가들에서 난민을 수용하며 EU로부터의 지원금을 받아 지대추구국가(Rent-seeking State)로 전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또한 2018년 미국과의 갈등에 따른 리라 폭락 속에 카타르의 금전적 지원을 받은 적이 있고, 이번 11월 25일에는 UAE 왕세제가 터키에 방문하여 100억 달러의 인프라 조성기금을 마련하기로 하였죠.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 정책에 강하게 개입하고 있으며, 금리 인상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2016년부터 4명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리라화 폭락의 책임을 쓰거나 고금리 정책을 시도함에 따라 해임된 바 있습니다. 지난 11월 22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금리 정책을 거듭 옹호하며 기존의 에르도아노믹스 방식을 고수하기로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환율은 다시 곤두박질쳤고, 집권초기 자신이 낮추었던 인플레이션은 20%에 이르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2021년 터키 리라화 환율위기 사태의 원인은? (tistory.com)

 

2021년 터키 리라화 환율위기 사태의 원인은?

2021년 터키에 관한 국내·외 보도는 주로 어떤 주제들을 다뤘을까요? 대체적으로 터키의 환율 문제가 큰 이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현재 터키 리라화 가치 문제는 연중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watostory.tistory.com

 

에르도아노믹스와 터키 경제의 미래

많은 전문가들은 터키 정부가 일찍이 에르도아노믹스 정책을 폐기할 준비를 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재 조금씩 체질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외국인투자가 급감한 상황에서 영양분을 제대로 보충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에르도안 대통령의 기존의 경제정책을 버릴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자신이 저금리와 경제개발을 통해 써 나간  '성공 신화'를 쉽게 버릴 수 있느냐인데요. 국내외의 각 언론에서는, 다음 대선이 다가오는 2023년까지 자신의 지지층 단결을 목적으로 현재 경제기조가 유지될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물론, 최후의 피해자는 높은 물가상승 폭탄을 직격으로 맞은 민생·민간 분야이지요.

 

 

또한 이 경우 터키 내 무역장벽 및 수입규제의 강화도 예상될 수 있습니다. 이미 터키에는 자체 제조업 육성과 세수확보, 외화유출 방지 등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환율 폭락에 맞추어 현지의 산업 트렌드도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주로 원료 수입 및 현지 제조 방식 등으로 코스트를 줄이기 위한 수입 기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번 리라화 폭락 이후, 터키에서는 현재 시중에 주요 제품을 내놓지 않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애플(Apple)은 터키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 상 물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하였는데요. 현재 터키 내의 대다수 수입산 제품들은 달러 가격 상승에 맞추어 매일 가격표를 뗐다, 붙였다 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내수소비 활성화에 증진에 큰 영향을 주는 블랙프라이데이는 연중 가장 침울한 날로 변했습니다. 일부 전자제품들의 가격은 1주일 만에 30% 이상 가격이 인상되며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다리던 터키 시민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가격 인상을 거치지 않은 제품들도 있어 아직 기회는 남아있습니다. 올해 터키 블랙프라이데이 직구를 눈여겨보시는 분들은 아래 글을 함께 참고해 주세요.

 

참고자료 블랙프라이데이와 터키 환율 폭락은 기회 아닌가요!? (tistory.com)

 

블랙프라이데이와 터키 환율 폭락은 기회 아닌가요!?

블랙프라이데이와 해외직구 1980년대에 시작된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이제는 모두에게 익숙한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리며 많은 쇼핑객들이 이날을 기다기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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