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이란-아르메니아, 국경지대에 공동산업단지 건설 협의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11. 2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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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란과 아르메니아 양국의 국경지대에 대규모 공동산업단지가 들어설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공동산업단지는 양국의 민간분야 및 중소기업들의 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해 설립될 예정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앞서, 올해 이란과 아르메니아는 여러 산업분야에서의 교류를 확장하기 위한 여러 MOU를 연달아 체결해 왔습니다. 이번 공동산업단지 건설 협의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란과 아르메니아는 겨우 44km라는 짧은 국경지대를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이란이 육로로 인접한 7개 국가들 중에서 독보적으로 짧은 국경을 두고 마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국 간엔 지난 20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가 오고 갔습니다. 대표적으로 에너지와 무역 분야에서의 협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이란에는 최대 20만명의 아르메니아계 이란인이 소수민족으로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아르메니아는 역사적으로 많은 교류를 해왔으며, 이 소수의 아르메니아계 이란인들은 역사적으로 이란의 상권 및 국제교역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란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나요?

이란은 2018년 미국發 제재 시행 이후, 자국의 제조업 역량을 강화하고 각 산업분야 내의 자급자족에 이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고질병과 같았던 석유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상당히 줄이고 비석유부문의 수출역량을 크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이란은 완전한 제조업 수출국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근본적인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나는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수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정적인 수출처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제재 상황에 있는 이란은, 현재 원재료의 수급이 한정적이고, 교역 인프라의 부족으로 석유분야(해상)를 제외하면 수출국의 범위도 상당히 한정적입니다.

 

이란은 인근 국가들을 중심으로 여러 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주요 수출처는 인접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아제르바이잔 등이지요. 이란의 다음 목표는 유럽지역과 러시아·CIS(구소련 및 중앙아시아) 시장입니다. 하지만 제재 등 취약한 국제정치적 상황 속에 진출이 더욱 어렵습니다. 이 국가들은 이란산 제품에 대해 거대한 무역장벽이 있는 곳들입니다.

 

그러나 아르메니아산 제품은 이들 지역에서 4%~8% 수준의 낮은 관세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이란 기업들이 아르메니아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이란 제재를 피해 유럽과 러시아 시장을 넘볼 수 있게 됩니다. 이란의 입장에서는 현재 지정학적 이슈들을 우회하는 중요한 교역로가 되는 것입니다.

 

 

아르메니아에는 구원의 손길?

올해 꾸준히 이루어진 이란-아르메니아 간의 다양한 협력들은 아르메니아에게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순히 비즈니스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말입니다.

 

아르메니아의 산업은 주로 농업 및 광업 분야에 집중되어 나타납니다. 21세기에 들어 아르메니아의 제조업 분야도 성장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그 규모가 작은 편입니다. 더욱이, 주로 타국 아르메니아계 출신으로부터의 외국인 투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자체적인 제조업을 육성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한편, 이번 이란과의 공동산업단지 건설 프로젝트가 성사될 시 제조업분야에서 기술이전과 자본유치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원강국인 이웃국가 이란으로부터, 에너지 자원과 일부 제조업 원료 또한 저렴하게 수급할 수 있습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

이란-아르메니아 공동산업단지는 단순 양국의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국제정치적 기제가 깔려 있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두 국가는 현재 비슷한 수준의 생활고에 처해 있는 만큼, 이 협력을 기회삼아 자신들의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반서방 국가인 이란은, 미국의 핵협상 탈퇴에 따른 제재 복원 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러시아 중심의 상하이협력기구(SCO)에 가입하였고,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도 협력을 강화하며 외교 다변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는 주요 플레이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두 개 기구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아르메니아 역시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에서 보였듯, 국지적인 고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아르메니아에 적극적인 지원의 메시지를 전달한 국가는 많지 않았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자원부국이며, 역내강국 터키 및 이란의 적성국 이스라엘의 비호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아제르바이잔과 터키는 아르메니아를 우회하는 무역루트를 건설해 아르메니아의 경제적 고립 및 안보 문제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한편, 이란을 중심으로 한 국제교역로의 건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남북국제운송회랑 혹은 페르시아만-흑해 수송로 등으로 가칭되어 불리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이란을 관통하여 인도양-중동-동유럽을 잇는 국제무역로입니다. 이 곳이 차후 각광받을 무역로가 될 것은 확실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무역로가 아르메니아를 통할 지 혹은 아제르바이잔을 통할 지 입니다.

 

이미 이란과 아르메니아는 오래 전 논의가 중단되었던 양국 간 철도 인프라 건설도 재개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안보문제로 아르메니아 측에서 거부를 표하던 사안이긴 합니다. 하지만 현재 이 철도 프로젝트는 양국간의 정치·경제적 협력이 강화되는 것을 넘어, 흑해 넘어로 향하는 남북국제운송회랑(페르시아만-흑해 수송로)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역학 구도가 변동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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