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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자동차 수출 위기: 이웃국가들의 수입 금지조치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11. 2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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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MENA지역(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가입니다. 하지만 이번 11월은 이란 자동차업계에 먹구름을 잔뜩 드리우고 있습니다. 바로 이란산 자동차의 주요 수입국들이 연이어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인데요. 이 국가들은 이란의 절친한 이웃국가들이기도 한데, 과연 왜 이러한 선택을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우방국 시리아의 이란 자동차 수입 금지

최근 이란의 최우방국인 시리아에서 이란 자동차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시리아 정부는 1년 반의 기간 동안 이란산 완제품 자동차에 대한 수입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시리아는 내전 이후 수요가 감소했음에도, 현재 이란산 자동차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입니다.

 

이란과 시리아, 두 국가는 모두 미국의 강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이란산 차량은 많은 시장 리스크로 인해 높은 관세와 밀수 등이 잦은 시리아 시장에, 비교적 적절한 가격으로 수입되던 자동차입니다. 그런데, 왜 시리아는 갑자기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이번 정책의 주원인은 시리아 내 외화부족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시리아는 오랜기간 미국에 의해 경제제재를 받고 있으며, 2011년부터 현재진행형인 내전에 따라 경제 전반이 파탄에 이르렀습니다. 주산업인 농업과 석유산업 역시 절반수준으로 붕괴되었고, 환율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이란 또한 외화부족과 환율급락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시리아 정부는 대다수 제품에 대한 수입을 크게 줄이고, 해당 수입비용을 공공복지와 생활필수품 수입에 투자해야하는 실정입니다. 저가의 이란산 자동차를 수입할 형편이 못 될 정도로 경제가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조치에, 이란 정부는 상당한 유감을 표했습니다. 더욱이, 이란의 대표 자동차 제조사 Iran Khodro (이란 코드로)는 크게 반발하며 시리아의 정책결정자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란 코드로는 최근 3년 간 시리아 내 대규모 제조시설을 세우는 등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규 수입금지조치와는 별개로, CKD(완전조립생산) 방식의 수출은 규제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현재, 두 국가는 현재 FTA협약을 앞두고 있으며, [이란 리얄(IRR)-시리아 파운드(SYP)] 환거래 시스템도 개발 중입니다. 이렇게 양국 교류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시리아의 갑작스러운 차량수입금지 조치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게 될 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다른 주요 수출국에서도 금지 당해

 

현재 이란의 자동차 수출은 전반적으로 위기 속에 있습니다. 시리아 외에도, 이웃국가인 이라크 아제르바이잔 역시 이란산 자동차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두 국가는 2019년 기준, 이란산 자동차의 1위, 2위 수입국이었습니다.

 

양국은 시리아와는 다른 이유들로 수입금지를 추진했습니다. 이라크와 아제르바이잔은 이란 제재가 시작된 2018년 이후에도 이란과의 교역을 잘 유지해왔는데요. 지금와서 경제적 문제 외에도 정치적인 이유를 근거로 자국 내 이란 자동차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각국의 주요 사유를 크게 몇 가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이라크의 이란산 자동차 수입금지 사유 

1. 이란산 자동차의 환경오염 초래 및 국제기준 미충족

이란은 MENA(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입니다. 하지만 경제제재로 타국 제조사와의 교류 및 부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배기가스 저감장치 수급 문제입니다. 이란산 자동차들은 배기가스 저감장치 부족으로 환경오염에 큰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들도 이러한 대기오염에 큰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라크가 수입을 금지한 것 역시 이와 결부되어 있습니다.

 

이란은 해당 부분에서 국제안전기준과 상이한 기준을 사용합니다. 더욱이, 이라크는 걸프지역 (GCC 소속국) 자동차안전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걸프 지역은 이란의 지역의 환경과 매우 다르며, 이 때문에 이란산 자동차들은 이 기준과 조금 다른 기준 하에 생산됩니다. 최근 이라크 정부는, 이라크수출을 희망하는 이란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걸프지역 안전기준에 맞춘 생산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2. 미국의 이란 제재와 관련한 국제정치적 우려
이라크는 전후 재건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한편, 다수의 이란 공기업·사기업들이 이라크의 재건사업 및 비즈니스에 깊게 뛰어든 상태이며, 이라크는 경제제재 하의 이란에게 있어 최대의 수출국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는 이란과의 강한 비즈니스 연대가 재건에 국제정치적으로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라크는 역내 패권국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초강대국 미국 사이에서 등거리외교 정책을 취하는 중입니다. 자동차 수입 제재로는 현재의 친이란적 이미지를 다소 중화시키고, 이란의 강력한 경제적 개입을 방어할 수 있겠습니다.

3. 애프터서비스의 부재

이라크 정부에서 근거로 댄 다른 이유는 미약한 애프터서비스 체계입니다. 이라크 내에는 이란산 자동차의 기술결함 등을 고칠 정식 센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미 이라크에 여러 이란 자동차 생산시설이 있는데도 말이죠.

 

아제르바이잔: 미묘한 정치적 갈등에 따른 수입금지조치

아제르바이잔 역시 정치적 요인에 따라 자동차 수입을 제한했습니다. 그 외 이란-아제르바이잔 간 협력에 의해 진행되던 모든 자동차 관련 프로젝트도 함께 중단되었습니다. 이란산 자동차들은 아제르바이잔에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고, 대표모델의 생산을 위한 현지 제조공장도 잘 운영되고 있었는데 말이죠.

 

아제르바이잔 역시 이란제재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세컨더리 보이콧 등 미국發 이란제재의 각종 조항 속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사례처럼 국제정치적 연유에 근거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은 전통적으로 서로 친밀한 관계였지만, 최근 그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 원인에는,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을 겪었던 아르메니아가 껴있습니다. 최근 이란은 아르메니아와의 정치·경제적 교역을 큰 규모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란이 주도적으로 추진중인 '남북국제운송회랑' (혹은 '페르시아만-흑해 수송로') 건설에서 자국이 배제되고 아르메니아가 특혜를 받을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두 국가 사이에 낀 다른 국가는 이스라엘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은 무슬림이 인구 구성의 다수인 국가면서 동시에, 이웃국가인 이란의 적성국 이스라엘을 승인한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스라엘 에너지 수요량의 40% 가량을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지원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밀월 속 아제르바이잔은 각종 경제적·외교적 특혜를 받고 있으며,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란 자동차 업계, 앞으로의 전망은?

2018년 이란 제재 이후, 이란 역시 강력한 자동차 수입금지 정책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란의 자체적인 자동차 산업 역량이 꽤나 성장했다고 평가됩니다. 하지만 독과점이 과중되고 밀수가 활성화되는 등의 병목현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에 이란은 최근 수입규제 정책을 조건부 해제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반대로, 주요 수출국 3개국이 연달아 이란산 자동차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이에 이란산 자동차의 수요는 온전히 국내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3년 간의 제재 기간 이후, 이란 시장 내에서 자국 메이커들의 수입산 자동차 대비 경쟁력을 보여 줄 순간이 온 것입니다.

 

또한, 해외의 이란 브랜드 자동차들은 대개 현지생산으로 제조되기 떄문에, 실제 수출되는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 이란 자동차 업계에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리아를 제외하면 정치적 배경에 따른 수입금지 조치인만큼, 다른 품목으로 수입규제가 확장되거나 혹은 국제정치적인 갈등이 표면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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